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통합돌봄이란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개인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며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적인 복지체계입니다.
이러한 이상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통합돌봄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현상과 장벽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통합돌봄의 확산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1. 보건·의료와
복지의 고질적인 '칸막이 행정'
통합돌봄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의료 서비스와 복지(돌봄) 서비스의 유기적인 연계입니다. 대상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의학적 치료와 일상생활 지원이 동시에 연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부처
및 기관 간의 장벽: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체계와 사회복지 체계는 공급 주체, 재원(건강보험 vs 장기요양보험·지방재정),
관리 부처가 철저히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 소통
부재: 의료기관은 환자의 퇴원 후 삶에 관여하기
어렵고, 지역사회 복지관이나 지자체는 환자의 정확한 의학적 상태를 파악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 결과: 이러한 '부처
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대상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각기 다른 기관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으며, 서비스의 공백이나 중복 투입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2. 정보 공유 시스템의 부재 및 규제 장벽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데이터 기반의 돌봄이 이루어지려면, 한 대상자에
대한 의료 데이터와 복지 데이터가 안전하게 공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통합적인 플랫폼의 부재와
엄격한 규제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 개인정보보호법의
한계: 환자의 질병 정보, 처방 내역 등은 민감 정보로 분류되어 지역사회 돌봄 매니저나 복지사에게 공유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 연계
플랫폼 미비: 보건소의 시스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지자체의 행복e음 시스템 등이 서로 연동되지 않아, 현장 실무자들은 전화나
공문에 의존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 현장의
목소리: "환자가 어떤 약을 먹고
있고 어떤 주의사항이 있는지 복지사가 알지 못하니, 맞춤형 생활 돌봄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3. 안정적인 재원 구조와 법적 기반 미비
어떤 좋은 정책이든 지속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예산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통합돌봄은 여전히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시범사업
중심의 한계: 수년간 많은 지자체에서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이는 대부분 한시적인 예산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 지자체
재정 자립도 격차: 돌봄 수요가 많은 농어촌
지역일수록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자체적인 통합돌봄
시스템을 유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법적
제도화 지연: 통합돌봄을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재원을 보장하는 선언적·실천적 기본법의 전면적인 정착이 늦어지면서, 현장에서는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사업"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4. 전문 인력의 절대적 부족과 열악한 처우
통합돌봄의 핵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조정하는 전문 코디네이터와 현장에서 직접 돌봄을 제공하는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공급과 처우 모두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 통합
사례관리 인력 부족: 보건과 복지를 모두
이해하고, 대상자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조정할 수
있는 전문 케어매니저(코디네이터)의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 돌봄
노동의 저평가: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 등 현장 인력의 처우가 여전히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이직률이 매우 높고 신규 인력 유입이 저조합니다.
- 서비스
질 저하: 인력 부족과 높은 피로도는 결국
제공되는 돌봄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며, 이는 통합돌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과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통합돌봄 활성화를 막는 이러한 현상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 '보건복지 통합 예산' 및 컨트롤타워 구축: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예산을 통합하여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지역 단위 컨트롤타워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 안전한
데이터 연계망 구축: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돌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특례 규정과 표준화된 플랫폼 개발이 시급합니다.
-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 및 전문성 강화: 케어매니저
양성 과정을 체계화하고, 현장 인력의 임금 체계와 고용 환경을 개선하여 '지속 가능한 돌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의 확장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존이
걸린 '돌봄 패러다임의 시프트'입니다. 행정 편의주의적 칸막이와 규제, 불안정한 재원 구조를 과감히 깨부수지
않는다면 초고령 사회의 돌봄 대란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범사업을 넘어 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고심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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